헌정시.
1.
허기가 져서
밥을 먹었더니
입에서 악취가 난다.
맛은 달콤하고 고소함을 다 느끼지만
현실은 이를 깨끗이 닦지 않으면 늘 더럽고 지저분해지는구나.
2.
왠 소년과 소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그 꼴이 하도 보기 편찮아서
무시를 하고 도망을 가려 했다.
그러나 도망을 가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오랜 시간 동안 괜찮은 척을 했더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지기 왈, '옛날의 나는 정말로 순수했던가?'
'아니'. 무의식의 나는 답변을 하였다.
'그럼 어떻게 해' 라고 따지자
'그냥 늙어 버려'/'그런 게 지금 와서 무슨 상관이야'
...마치 의식 상태가 고르곤의 세 자매로 나뉘어진 양,
혼란하기 그지없구나.
'혼란은 사랑이 아니야'/'찔러 줘서 고맙군'
몇날 몇칠 흥건한 밤
그리고 다시 돌아오면 썰렁한 현실 뿐
예쁘기만 한 소녀가 돌아와서 웃는다
에라, 모르겠다
집에 가서 요가나 해야지
3.
모두에게
각양각색의 모습들
제각기 다른 태도, 다른 출신, 다른 피부색
약간은 어지럽다가도, 일말의 다정함이
늘 혼자임에 지쳐있던 나를 달래곤 한다
...적어도 그때의 아픔과 상처, 우악스러움에서 벗어난 점만은 다행스럽게 생각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었겠지만, 거기서 멈출 수 있었으니
이런 날 혼낼 거라면
적어도 그 이후에 너희들이 후회하지는 않길 바래
나도 그러했으니
...누군가와의 은밀한 사랑 따위는 필요없는 거야, 정말로
인간은 그런 존재니까
정성어린 진심이란
없는 거라고, 늘 현실 속에서 배워왔지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난 그저 목숨이 붙어있는 존재, 피와 살덩어리
죽지 못해 사는 존재
모두에게
난 혼자가 좋아, 어쩔 수 없어
누군가의 죽음은, 애석하게 생각해. 나도
우리 모두 애도를 하자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
내일 아침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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